팀장이 대학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졸업반이라고요? 제가 학교 다닐 땐 말이죠, 어색하게 웃는 인턴을 앞에 두고서. 내가 한마디 했다. 팀장님 그거 15년 전 이야기잖아요, 그때 이분은 초등학생이었다고요. 나이차를 세어보며 뜨악하는 팀장을 두고, 붙임성 좋은 인턴은 회사분들 모두 나이보다 어려 보이신다는 말을 건넸다. 고맙지만 걸러 들어야 한다. 나에겐 매일 보인다. 나날이 선명해지는 주름이.
양 눈꼬리에 하나씩, 미간에도 두어 개. 몇 년 전 발견한 주름들은 표정을 크게 짓다 보니 생긴 것들이다. 좋다는 아이크림 여럿 발라보았지만 패인 자국이 사라지진 않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이렇게 끈적이고 번들거리는 일이고, 뽀송하고 탱글거리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겠구나. 그때부터 나이 먹음을 지레 겁먹게 되었다.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받는 할머니를 볼 때면 생각했다. 저 할머니는 언제부터 할머니라고 불리게 되었을까. 나도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할머니라 불리는 날이 오겠지, 그 순간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것도 20대 때 얘기다. 지금이야 뭐, 만 나이로 도망칠 수도 없는 완연한 30대다. 이 나이에 주름 한두 줄이 최대 고민이라면 부러운 인생이다. 눈앞에 문제가 산더미라 눈꼬리까지는 바라보고 앉을 시간이 없다. 거저 먹는 나이에 좋고 싫음을 말할 것도 없다. 할머니는 멀었대도 아줌마라고 불리는 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뭐 어떤가, 아줌마 맞는데. 다정한 남편이 있고, 세일하는 물건을 사는 취미가 있고, 아무래도 좋은 일들을 금세 잊는 특기도 있는 아줌마. 학생보다, 아가씨보다 낫다.
후회가 된다. 아이크림 바르는 걸 그만둔 거 말고, 겨우 눈가 주름에 겁을 먹었던 게. 아무도 주름을 막을 수 없지만, 주름 또한 아무 것도 막지 못한다. 여름 페스티벌 세 군데 가는 것도, 새로 산 기타를 배우는 것도, 옛날 얘기 하는 팀장에게 한마디 하는 것도. 더 살다 보면 나이에 막히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아줌마보다 할머니가 더 나을지도. 함께 늙어가는 영감이, 세일하지 않는 홍삼젤리도 거뜬히 살 재력이, 웃어서 생긴 주름이 예쁘게 패인 할머니라면 그럴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