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부터 치던 피아노를 3주나 쉬었다. 구독 중인 피아노 앱 진도가 거의 끝난 탓이다. 장음계랑 단음계 파트만 배우면 기초는 떼는 셈. 졸업을 앞두고 아쉬워하는, 사실은 긴 방학을 기다리는 학생처럼 느긋해졌다. 그러다 오늘 월 구독료가 빠져나간 걸 보고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얼마 남지도 않은 거 빨리 끝내버리자.
장음계 파트 학습을 시작했다. 화성학 이론인 줄 알았는데 손가락 연습이었다. 12개 장조마다 도레미파솔라시도-도시라솔파미레도를 치면 된다. 손가락은 다섯 개인데 쳐야 할 음은 여덟 개. 대충 치면 금방 끝날 거고 제대로 익히려면 몇 주 걸릴 듯싶다. 이쯤에서 멈출까, 더 가볼까? 길의 끝인가 싶었는데 이정표가 있는 곳이었다.
후련하게 멈추지도 시원하게 달려가지도 못하겠다. 일단은 건반 위를 걸어 본다. 내 짧은 손가락이 닿는 만큼만. 도레미파솔라시도, 걸음마는 비틀비틀 계속된다. 그래도 조금은 나아가고 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첫 번째 도와 여덟 번째 도가 다른 것처럼.
+ 이번 솜사탕에 쓴 사진은 락 밴드 '오피셜히게단디즘' 내한 공연 때 찍은 거예요. 피아노가 락이랑 잘 어울린다는 걸 히게단 공연에서 한 번 더 확인했어요. 피아노는 걸음마지만 시니어 락 밴드 결성의 꿈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