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이에요! 2025년 3월 26일 전하는 215번째 솜사탕입니다😋🍭
📌 이번 글의 핵심은 풍성한 사진이었는데, 메일 용량 부족으로 다 넣지 못했습니다 😇 괜찮으시다면 브런치에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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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동동동동 한교동
생일카페 앞에서 발을 구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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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티켓팅을 잘한다. 락페스티벌 블라인드 티켓부터 내한 콘서트까지, 정말 가고 싶은 곳에 내 자리가 없었던 적은 없다. 비결은 운이 아니라 집요함이다. 휴대폰과 노트북을 모두 활용할 것, 긴 대기번호에도 희망을 놓지 말 것, 끝까지 서버를 물고 늘어질 것.
얼마 전에도 그렇게 티켓팅 하나를 성공했다. 콘서트도 아니고 생일카페였는데 리셀러들이 따라붙더라. 오아시스보다 만나기 힘든 슈퍼스타, 그의 이름은 한교동. 한국 사람 아니다. 애초에 사람도 아니다. 중국에서 태어난 반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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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의 아이콘, 40세 한교동
성별은 남자, 생일은 1985년 3월 14일, 소속사는 산리오. 헬로키티, 시나모롤, 폼폼푸린 만든 그 산리오 맞다. 귀염뽀짝 솜털이들 사이에 비늘 돋아난 인어라니. 비주얼 담당 멤버가 아닌 건 확실하다. 가창력으로 승부하거나 예능에서 활약할 것 같다면 제대로 본 거다. 산리오에서는 한교동을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좋아할 만한 상품을 만들 재밌는 캐릭터’로 기획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생 오래 살고 볼 일이다. 2016년까지 30위권이던 한교동의 산리오 인기순위는 2017년부터 18위로 올라왔는데, 역주행을 거듭하며 2022년에는 8위를 차지했다. 34년 만에 Top 10위 안에 든 것이다. 슈퍼스타K급 성장 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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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라서 좋아, 한교동
한교동은 대체 왜 인기 있는 걸까? 일본의 한 매체에서는 ‘왜? 한교동이 인기인가’ 라는 기사까지 나왔다. 산리오 캐릭터 디자이너도 이유를 모른다고 한다. 기사에서는 쇼와 레트로 붐, 2018년 유명 체인 잡화점의 콜라보레이션, 인기 유튜버의 굿즈 소개 영상 등을 이유로 꼽더라. 우리나라에서는 침착맨의 지속적인 한교동 언급도 영향을 미쳤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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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맨의 '수염 난 아저씨의 귀여운 캐릭터 서열 정하기' 중에서)
한교동의 인기를 단순 노출 효과 때문이라고만 말하긴 아쉽다. 많이 봐서 호감이 생길 순 있어도, 많이 봤다는 이유만으로 최애가 되진 않는다. 교동이 팬들에게도 저마다 구체적인 입덕 계기가 있을 거다. 민트색을 좋아해서 눈이 갔다거나, 두툼한 입술이 마음에 들었다거나 등등. 내가 한교동을 좋아하게 된 건 나무위키에 적힌 그의 취미를 읽어본 다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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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교동이는 ‘자신의 굿즈 모으기’가 취미일 수 있을까? 친구들과 그림체 다른 걸 진작에 눈치챘을 텐데? 구글에 ‘산리오 못생긴 캐릭터’를 검색하면 자기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오는데? 자존감 바닥칠 법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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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자만이 사랑받는 캐릭터 세상, 한교동은 사랑받기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다. 내가 교동이었다면 단체사진 찍을 때마다 포차코 뒤에 숨고 싶었을 거다. 지느러미를 다듬는 미용실이라도 바꿔야 하나, 비늘 왁싱이라도 받아야 하나 고민했을 거다. 가까스로 멘탈을 부여잡은 다음엔 개그 캐릭터로 이미지 변신했을 거다. 스탠딩 코미디라도 시작하지 않았을까. “제가 못생겼다고 가시돋힌 말을 하시는데, 다시 한번 보세요. 저는 가시가 아니라 비늘이 돋혔답니다 하하하!”
하지만 교동이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숨기지 않았다. 타인의 시선 때문에 자신을 바꾸지도 않았다. 나는 내 모습 그대로 좋아! 나는 나를 사랑해! 내 굿즈를 모을 만큼! 그렇게 외모지상주의 세상에서 이단아로 살아온 40년, 결국은 그의 시대가 왔다. 인기 멤버들만 여는 생일카페를 전석 매진시키는 글로벌 스타가 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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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라서 좋아한다는 것
귀엽다, 완전 귀엽다, 교동이 굿즈로 가득 찬 생일카페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나도 발을 동동동동 구르며 생각했다. 내가 정말로 교동이 팬이 되었구나. 평일 반차를 내고 교동이 사진을 수백 장 찍는 게 보통 팬심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실은 교동이의 추구미가 내 취향은 아니지만, 아무럼 어떤가. 교동이의 자기애와 성장 서사가 그를 귀여워 보이게 한다.
나도 교동이 못지않게 나 자신을 좋아한다. 나의 사고방식을, 근거 없는 긍정을, 고난과 역경을 얼렁뚱땅 웃어넘기는 태도를 좋아한다. 교동이가 자신의 굿즈를 모으는 것처럼 내 생각을 글로 써서 모아오기도 했다. 그런데 내 방에 굿즈를 진열하는 것과 공개된 공간에 글을 올려두는 건 조금 다르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줬으면, 읽고 좋아해줬으면 하는 꿍꿍이가 있다.
나의 자기애는 교동이처럼 순수하지가 못하다. 많은 사람이 읽지도, 대단한 반응이 있지도 않은 나의 글은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든다. 내가 그렇게 좋아할 만한 사람이 아닌가 봐. 내가 쓰는 글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요즘 세상의 추구미에 맞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서 요즘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나 글을 쓴다. 다른 사람의 반응을 신경쓰지 않으니 나를 좋아하는 게 더 쉽다. 이거면 충분하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은, 나도 교동이처럼 다른 사람을 웃게 만들고 싶어지는 것이다. 힐링도 사이다도 없지만 나답게 쓰는 내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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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이 생일 케이크에 내 소원을 빌어보았다. 34년 간의 무명 생활을 이겨낸 교동이처럼, 나도 언젠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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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솜사탕은 평소랑 조금 결이 다르죠! 솜사탕을 함께해 온 친구분들은 아실 텐데, 저는 오래전부터 ‘나는 왜 에세이를 쓸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에는 ‘나는 왜 글을 쓸까’에 대한 (정말 재미없는) 글만 쓰게 되고요.
요즘이 딱 그런 시기에요. 하지만 3월이 가기 전에 솜사탕을 써야 하는데! 뭘 써야 재밌게 읽으실까 고민하다 2주 전에 다녀온 한교동 생일파티 이야기를 가져왔어요. 오랜만에 쓰면서 재밌는 글이었는데, 재밌게 읽으셨는지 궁금하네요 🥰
+ 우리끼리 얘긴데… 사실 산리오의 제 최애는 배드바츠마루입니다(교동이는 차애). 제맘대로 ‘배바마’라고 줄여 부르고 있어요. 가챠 기계 앞에서 “제발 배바마 나와라…” 하는 사람을 발견하신다면 저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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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름님. 미루고 번거로워 피하기만 하던 메일함을 정리하다 꽤 쌓인 솜사탕을 모두 읽고, 멋진 락 밴드 사진까지 도착했어요. 메일함을 정리하는 이 시간이 여름님이 적어주신 "그래도 조금은 나아가고 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첫 번째 도와 여덟 번째 도가 다른 것처럼."처럼 나아가는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솜사탕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 지나가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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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유령님 안녕하세요! 지난 글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짚어 주셔서 감사해요. 이번에 보낸 글도 지난 글보다 조금 나아갔으면 좋겠는데,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좋겠습니다🥰 다음 메일에서 또 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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