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외길 인생, 아무래도 직업을 잘못 골랐다. 세상 온갖 그럴싸한 것들이 마케팅이란 걸 알아버렸다. 내돈내산 후기는 쿠팡파트너스로 연결되고, 논문 뒤지며 찾았다는 제품 추천도 그럴싸한 바이럴이며, 댓글 수백 개 달린 커뮤니티 게시물은 수백만 원짜리 마케팅의 성과다. 물건 파는 글이 아니래도 별다를 거 없다. 퍼스널 브랜딩 열심히 해서 라이브커머스에 뛰어들거나, 코칭이랑 강의로 돈 벌려고 이른바 스토리텔링을 하는 거겠지. 여기에 지치지도 않고 글을 써내는 AI까지 합류하니 온라인 세상에 믿을 정보는 하나도 없다.
좋아 보이는 것 말고 진짜 좋은 걸 찾고 싶다. 그래서 음악에 빠진 걸지도, 페스티벌과 콘서트를 쫓아다니게 된 걸지도 모른다. 내 귀로 듣는 음악에는 광고가 없으니까. 내 눈앞에 펼쳐진 무대는 진짜니까. 다 함께 떼창을 하고 발을 구르고, 서로 몸을 부딪치는 즐거움은 순수하니까. 괜히 음악더러 세상이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니까. 그렇게 나는 홍대병 환자가 되었다. 아예 홍대 근처로 이사올 만큼 중증이다.
여느 때처럼 광고글을 걷어내며 공연 정보를 찾던 날. 네이버 카페에 작성된 담백한 글 한 편을 발견했다. 공식 사이트의 공연 정보에 ‘시간 되면 가 보셔도 좋겠다’ 한두 줄 덧붙인 글. 귀여운 고양이 이모티콘 하나. 흑심이 없어서 눈이 맑아지는 글이었다. 업계 전문가로 포지셔닝하려는 노력도 없고, 바이럴 마케팅의 냄새도 나지 않았다. 이런 글이 얼마만이지?
카페에는 10년 가까이 쌓인 수천 건의 공연 정보가 아카이브되어 있었다. 대부분 운영자가 직접 올린 것이었다. 매일 인터파크, 멜론, 예스24 티켓 사이트를 확인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모을 수 없는 빠르고 방대한 정보였다. 클래식부터 락까지, 대형 페스티벌부터 작은 공연장까지 장르도 장소도 가리지 않았다. 이런 카페가 있다고? 그린벨트도 여기보단 돈 냄새가 나겠다! 당장 가입하자.
비공개 카페라 회원이 되려면 심사를 거쳐야 했다. 운영자에게 개인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DB 팔아먹을 심보 보이는 규정도 없었다. 가입 질문은 딱 한 가지. |